1부에서 증상과 진단 과정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2부에서는 본격적인 치료 과정과 내 몸의 관해기와 활동기 주기에 대해 나눠보려 한다. 궤양성대장염은 완치가 아닌 '관해'를 목표로 하는 만성 질환이기에, 치료 과정 자체가 하나의 긴 여정이었다.
단계별 치료, 시작은 5-ASA 제제
궤양성대장염 치료는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접근한다. 경증에서 중등도 환자의 경우, 가장 먼저 선택되는 약물이 5-아미노살리실산(5-ASA) 계열이다. 이 약은 대장 점막의 염증을 직접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데, 대표적으로 설파살라진(Sulfasalazine)과 메살라민(Mesalazine) 두 가지가 있다.

설파살라진은 대장에서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되어 5-ASA 성분이 작용하는 방식인데, 사람에 따라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나 역시 처음 진단받고 설파살라진을 복용했지만,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해 메살라민(상품명 메자반트)으로 약제를 변경했다.
5-ASA 제제의 가장 큰 장점은 비교적 안전(=부작용이 적다)하다는 점이다. 임신, 출산, 수유 중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부작용이 적은 편이다. 나의 경우 결혼과 2세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걱정했지만 선생님도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을 정도였다.
보통 1주에서 4주 이내에 증상 완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나는 약 2달 정도 지나면서 혈변 빈도가 조금씩 줄어드는 걸 느꼈다. 하지만 완전히 좋아지지는 않았고, 증상이 재발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스테로이드 치료, 빠른 효과와 부작용 사이
5-ASA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강한 염증 반응이 지속될 때는 스테로이드(prednisolone, 소론도 등)로 치료 강도를 높인다. 스테로이드는 효과가 빠르다. 정말 빠르다. 며칠 만에 혈변이 멈추고 복통이 가라앉는 걸 경험하면서, '이 약이 답이구나' 싶었다.

하지만 스테로이드는 양날의 검이었다. 장기간 사용하거나 반복 복용할 경우 다양한 부작용 위험이 커진다. 나는 결혼 전후로 스테로이드 고용량 처방을 받았는데, 그때 부작용으로 요로결석을 겪었다. 칼슘 대사에 문제가 생긴 거였다. 한밤중에 극심한 옆구리 통증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동안에는 약물 독성 감시가 무척 중요하다. 5-ASA를 먹을 땐 3개월~6개월마다 경과 관찰을 했지만, 스테로이드 복용 기간엔 1~2주 단위로 병원을 방문했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부작용 상담이 필수였고, 진료 간격이 짧아지면서 회사 생활도 어려워 질 정도였다.
면역조절제와 생물학적 제제
스테로이드에 반응이 없거나 의존성이 생길 경우, 면역조절제(azathioprine, 6-mercaptopurine 등)나 생물학적 제제(항-TNFα 항체, vedolizumab, ustekinumab 등)로 치료 단계를 올린다.
면역조절제는 우리 몸의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약인데, 골수 기능 저하, 백혈구 감소증, 간독성, 감염 위험 등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더 강력한 치료 옵션으로, 특정 염증 물질을 표적으로 차단하지만 기회감염이나 종양 발생 위험도 있어 담당의와 긴밀한 상담이 필요하다. 쉽게말해 항암치료에 가까운 중증치료라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면서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설명들었다.
나의 경우에도, 스테로이드 치료 후 큰 차도가 없어 면역조절제 전환을 권유받았다. 하지만 당시 몸 상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기에, 담당 의사와 충분히 상의한 끝에 한 달간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이런 경우 환자도 충분히 의견을 표현할 수 있고, 의사와 함께 치료 방향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자세한 완치과정은 다음 3부에 다뤄볼 예정)
치료의 파동과 일상 관리
생각해보면, 궤양성대장염 치료는 단순히 약을 먹는다고 해서 완벽히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테로이드를 급격히 끊거나, 생활습관만 바꾼다고 해서 즉시 관해기, 즉 "황금변"을 보게 되는 것도 아니다. 8년에 가까운 장의 상태를 생각대로 비루하게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참고하자.

변의 상태는 마치 파동처럼 반복됐던 것 같다. 나쁜 와중에 더 나빠지기도, 조금 좋아지기도 하고, 좋아지다가도 활동기가 찾아와 혈변을 보기도 하는 이런 과정을 여러 번 겪으면서, 나는 이 병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질환임을 깨달았다.
음주와 흡연을 중단하고, 식습관을 개선했을 때 대변 상태가 조금씩 달라지는 걸 느꼈다. 혈변이 멈추면 '이제 완치구나' 싶었지만, 금방 다시 악화되어 좌절했을 때 정말 속상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장의 상태가 작은 웨이브와 큰 웨이브로 중첩되어 나가고 있음을 깨닫기까지 오래 걸렸다. 꾸준한 약물 복용과 관리, 본인의 컨디션 변화 모니터링, 담당의와의 정기 진료. 이것이 장기 관해와 삶의 질 유지의 열쇠가 아니었을까.
지금도 나는 6개월마다 병원을 방문하고, 매일 아침 운동하고, 술은 한 달에 한번 먹을까, 금연도 했고, 식습관도 철저히 지켜 먹으려고 한다. 이 와중에 물론 변곡점이 생기면 설사에 가까운 변을 보기도 하지만, 이 병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것 같다.
1부
궤양성 대장염 증상과 진단까지, 내가 경험한 8년간의 기록
궤양성 대장염 증상과 진단까지, 내가 경험한 8년간의 기록
궤양성 대장염을 달고 산지 8년 차. 이제는 많이 괜찮아져 지난 과거부터 지금 관해기까지 어떻게 이루게 되었는지 기록해보고자 한다. 나와 같이 젊은 나이에도 희망을 잃지 말고 치료를 잘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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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교육자료
http://www.samsunghospital.com/dept/main/index.do?DP_CODE=IM_S&MENU_ID=010023
염증성장질환클리닉 | 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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