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나의 취미 '원투 낚시'를 오랜만에 영덕으로 다녀왔다.
왜냐면 슬아가 태어나고 조리원에 있는 동안 정말이지 마지막이 될 것 같았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더 더워지기 전에 낚시 한번 다녀와보고 싶었다.
마침 팀 내 선임님이 민물낚시를 좀 해봤는데, 갯바위나 방파제 낚시도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고 해서 먼 거리를 지루하지 않게 같이 다녀왔다.
낚시채비 준비, "리얼 피싱"
당진-영덕 고속도로를 쭉 타고 IC에서 나오자마자 영덕 시내 5분 거리에 리얼피싱이라는 낚시방이 있다.
아침 6시에 남청주에서 출발해서 영덕에 9시 안되서 도착했지만, 가게 문이 열려있었고 가게 앞에 주차도 가능했다.
- 미끼 구매 : 미끼로 사용할 청개비가 그날 아침에 막 들어왔다고 하셔서 그런지 정말 신선했다. 미끼계의 TOP인 혼무시보다 오히려 활성도가 좋아 보였다. 팩당 만원 정도로 기억하는데 물가가 많이 오르긴 한 것 같았다, 혹시 몰라서 염장 혼무시도 한팩 샀는데 이건 괜한 걱정이었다. 청개비 상태가 너무 좋고 가득 담아 주셔서 혼무시는 사용하지도 못했다.
- 채비 구매 : 채비가방에 뭐가 있는지 몰라서 일단 구멍봉돌 채비, 8호 맨도래, 12호 낚시바늘을 구매했다. 밑걸림이 없는 편이라고 하셨는데, 미역이 좀 있는 곳에서 낚시를 해서 그런지 바늘이 자꾸 터져나가긴 했다.
낚시 포인트 탐색
- 갯바이, 방파제 낚시 포인트 검색 1 :
처음 방문한 곳은 대탄방파제 근처이다. 직접 가보니 생각보다 수심이 얕고, 테트라포트가 컸다. 작은 곳에서는 조사님이 워투낚시 4대를 펴고 계셔서 접근할 수 없었다. 원래 갯바위 쪽에서 하려고 했는데, 미역줄기를 전부 말리고 계셔서 이곳에서 하긴 힘들어 보였다.
- 낚시 포인트 검색 2
후포쪽으로 가는 길에 있는 포인트인데, 방파제 공사를 하고 있었고 내항 물이 너무 탁해서 패스하기로 했다. 사실 외항 쪽으로 물길이 딱히 보이지도 않았고, 내항에 밧줄도 너무 많이 보였다.
- 낚시 포인트 검색 3
노물리방파제에서 석동방파제로 가는길에도 꽤 근사한 갯바위들이 많이 나온다. 근처에 주차하기 힘들어 보여서 가지 않았는데, 파도가 굉장히 잘게 부서지는 걸 보면 감성돔이 나올 법 한 갯바위였다.
- 최종 낚시 포인트 선정
경정 3리 방파제 뒷편 갯바위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경정 2리 방파제까지 가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뒤쪽 갯바위가 발판이 좋고, 파도가 새지 않아서 안전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같이 간 선임이 릴이 없는 민물용 장대낚싯대를 들고 와서 어쩔 수 없이 수심이 좀 나오는 곳으로 갔어야 했다.
갯바위에서의 낚시 시작
- 아침 6시엔 분명 추웠는데, 낮이 되니 꽤나 햇살이 따사로워서 만만의 준비를 하고 올라가야 한다. 10시반 부터 시작.
- 나는 전방의 원투로 30호 유동봉돌 채비랑 묶음추를 섞어가며 사용했다. 앞에 미역밭이 있어서 그부분을 피하면 좋았다.
- 동출 선임은 바로 앞에 민장대로 찌낚시 채비를 사용했는데, 조과가 어마어마했다.
- 자리를 펴고 바로 낚시를 시작하자마자, 나는 릴도 결합하고 삼각대도 펴고 하는 찰나에, 민장대에 미끼를 꿴 동출자가 바로 애기 복어를 낚아 올렸다.
- 오랜만에 간 낚시라 그런지 마지막 초릿대가 부식되 있어 마음이 좀 아팠지만, 일단 대충 던져놓고 맥주부터 들이켰다.
- 동출 선임은 애기복어 이후에 2자 광어, 3자 놀래미, 5자 놀래미(랜딩 불가능) 등 다양하게 잡았는데, 나는 눈먼 놀래미 2자 정도만 낚아 올렸다. 그래도 뭐 조업을 하러 간 게 아니니 마음을 위안 삼고 바다와 하늘을 한없이 구경했다.
- 챙겨 온 시집도 틈틈히 읽어주고, 맛있어보이던 꿀꽈배기도 한입 먹어준다. 예전엔 담배라도 많이 피면서 초릿대 구경을 했을텐데, 금연한 이후로 심심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잔잔히 일렁이는 파도를 보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 챙겨온 시집은 허수경 시인의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였다.
- 점심 이후 해가 살짝 넘어가면서 바람이 좀 심해졌다. 윈디 어플 기준 3~5m/s에, 파도도 조금 일렁이는 듯싶어서 자리를 살짝 뒤로 미루기도 했다. 왔다 갔다 하면서 신발도 좀 젖긴 했었다.
- 마지막 초릿대가 녹슬어서 가이드링이 빠져버렸다. 맨 앞 초릿대가 아니라서 낚시에 크게 지장은 없었지만 신경이 쓰였다. 그래도 유정비어 30-450 낚싯대가 좋은 점은 평생 A/S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국민낚싯대라고도 불리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걱정하지 말고 수리를 보내야겠다.
경용 회식당, 3번째 방문
- 해가 뉘엿 넘어가면서 바람이 불기 시작할 5시 즈음, 청개비도 마침 다 떨어져 가기에 낚시를 접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사실 아침에 토스트 먹고, 중간중간 초코바와 맥주를 먹은 게 전부라 배가 좀 고팠다.
- 후포 쪽에 위치해 있어서 차 타고 15분가량 위로 올라가야 하지만, 예전에 먹었던 아구찜 맛이 그리워서 다시 찾아갔다.
- 맨날 아구찜만 먹긴 했는데, 이번엔 회덮밥이랑 물회를 시켜 먹어봤다. (각 2만원)
- 아구탕이 기본으로 깔리는데, 막 횟감을 가지고 물회를 만든 게 아니라, 광어 위주로 횟감을 만드신 것 같았다.
- 회덮밥도 기대이상으로 맛있었지만, 원래 먹으려고 했던 아구찜을 먹을걸 조금 후회했다. 몸이 좀 추워서였던 것 같다.
영덕 원투 낚시 총평
- 당진-영덕 고속도로는 내가 있는 곳에서 접근하기 좋은 고속도로라, 영덕까지 약 2시간 반정도이고 차량도 많이 없어서 가기 좋은 곳이다.
- 어느 낚시 포인트를 가더라도 손맛과 조과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서해안보다 훨씬 사람도 적기 때문에 숨겨진 나만의 낚시터인 샘이다.
- 민장대에 민물용 찌낚시 채비여도 낚는 사람은 낚는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했다.
- 오랜만에 간 경용회식당은 역시나 맛있었지만, 다시 가게 되면 원래 먹던 아구찜을 먹어야겠다.